오랜만입니다…한국에 온지 18일정도 되었지만 도착한 날 당일부터 청첩장 모임을 열심히 달리고 있다.
이제 마지막 만남을 마치고 세어보니 횟수만 21번이니 어느 날은 낮이나 저녁이나 약속이 있었던 셈이다.
내가 이렇게 친구가 많았나? 싶을 정도로 많은 친구들을 만났다.
오랫동안 한국에 돌아가지 못한 탓에 다들 적어도 4~5년 만에 만나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 일분 일초가 모두 소중했는데, 이것은 그 중에서 아주 특별했던 한 친구와의 만남.
비행기를 타고 온 담장 날 눈썹을 휘날리며 달려온 이곳은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중학생 시절 단 3년을 살았던 동네지만 중2병을 포함한 감수성이 풍부한 사춘기를 보낸 곳이라 그런지 시간이 오래 지나도 꽤 분명하게 기억하는 편이다.
사진에 비친 건물 꼭대기에 수학학원이 있었던 것도, 학원 수업이 끝난 10시경에도 중고교생들로 어수선하고 불빛이 밝아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사먹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여기에 경전철이 생긴다고 공사 중이라니 신기하기 짝이 없다.
사실 그것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따로 있지만 감성이 폭발할 것 같아서 생략…
친구를 만나서 밥을 먹고 나서는…
친구들과 내가 하교하던 길, 근처 근린공원을 찾았다.
이렇게 공원에 들어가서 집에 오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길인데 항상 집에 좀 더 시간을 들여서 아주 천천히 가곤 했다.
그동안의 추위가 모두 거짓인 듯 봄날씨가 찾아오고 따뜻했기 때문에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커피를 들고 모교를 찾았다.
지금은 공학이 된 지 오래지만 내가 다닐 때는 여고였다.
주말이라 학생도 없었지만 교문 안에 작은 문이 열려 있어 경비원에게 “오래전 졸업생이에요~”라고 양해를 구하고 들어갔다.
20년 전 졸업생입니다.
공학이 되고 나서 남학생들에게 운동장에서 공을 많이 차는지 여학교 시절에는 없던 펜스가 생겼다.
경비실 옆에서 이런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다.
학생들이 얼마나 좋아할지~!
하나도 변하지 않는 학교 교정 내가 다니던 시절에도 중계동으로 이전한 지 얼마 안 돼서 깨끗하고 깔끔한 건물이었지만 20년이 지나도 외관은 변하지 않아!
내부는 모르겠어
우리가 다닐 때는 정문이 이쪽이었는데 어느새 교문의 위치도 바뀌었고 그 자리에는 새로운 건물이 서 있었다.
사실 옆에 있던 친구들과도 비교적 최근 10년 전에 와서 공학이 된 것도, 교문 위치가 바뀐 것도, 지하식당이었던 곳이 자습실이 된 것도 알고는 있었다.
저기가 미술실이고 어떤 창문이 우리가 처음 만났던 몇 반 교실이고 또 어떤 창문이 20년 전에 우리가 같은 반이 된 교실이었지, 이런 세세한 것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또 벤치 위에는 등나무꽃이 예쁘게 피어 있었고 체육 때 건에 비둘기가 어슬렁어슬렁 걷는 것을 보고 깔깔 웃었던 기억도 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을까? 그때는 1학년 때 옆 반 친구로 알게 된 친구는 2학년 때는 옆 반에 떨어져 있었고 선생님들이 “너 어느 반 학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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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할 정도로 친구 반에서 쉬는 시간과 하교 후 시간을 더 많이 보낸 것 같다.
3학년이 되어서야 소원을 이뤘는지 같은 반이 되어 뛸 듯이 기뻐했던 것이… 벌써 꼭 20년 전. 그리고 10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는 내가 막 취직한 직후였고, 친구들에게 내가 아는 일본인 친구를 소개시켜 주었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청첩장을 전달하지 못해서 그러고 보니 줄 게 있다며 일일이 청첩장을 꺼내니 친구들도 청첩장이 있다며 서로 교환하게 됐다.
같은 반이 된 지 꼭 20년의 세월이 흘러 모교 교정에서 청첩장 교환을 하게 될 줄이야 타이머를 맞춰 설정샷을 여러 번 찍었는데 마치 학교가 반갑게 지켜보는 것 같았다.
친구는 10년전 우연히 내가 소개한 일본인 친구와 결혼식을 올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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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농담 반, 진심 반으로 두 사람이 결혼하면 내가 축사를 한다고 하긴 했는데 정말 결혼식 날 스피치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너무 영광스러운 일을 하게 됐다.
(이날 청첩장 받고 급하게 옷도 사놨어)용모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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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봤던 그 시절 거울과 똑같은 거울일까?그전에도 친구커플은 너무 잘 사귀고 결혼도 할것 같은데, 친한친구가 일본에 정착하면 나는 외로워서 어떡하지…? 하는 고민에 잠시 빠진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동안 나도 어느새 일본에 와서 정착해서 결혼을 하고 있으니까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쓸데없는 고민이었어 세월이 흘러 둘 다 일본인과 결혼하고 일본에 신혼집을 차리는 인생의 길은 친한 친구야. 아니면 내가 무의식중에 미리 짜놨을까?이런 내용을 스피치에 담으려고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중이다…옛날 하교길에 그랬던 것처럼 언제까지나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대화를 나누며 노원역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이날 처음으로 인생 4컷이나 찍어봤어…(도쿄무라*임ww) 아직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일본에서도 자주 만나서 대화를 하나씩 풀어나가고 싶다.
가을에는 친구 사는 동네로 여행도 가야지. 결혼 축하해,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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