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주는 말 하는 친구에게 똑똑하게 말하는 법> 김윤나 글, 유영근 그림

새 학년의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벌써 3주 정도 됐으니 친구 무리도 대체로 정착한 시기다.

어쨌든 부모로서는 좋은 친구, 좋은 선생님을 만나 좋은 관계를 맺기만을 바랄 뿐이다.

문제는 친한 친구든 그냥 반에서 아는 사이든 학교생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갈등이 생기게 된다는 점이다.

가까운 사이에서조차 갈등이 없을 수 없고 모두가 내 뜻대로 되지 않으니 이 갈등에 대처하는 방법도 배워갈 수밖에 없다.

이런 시기에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발견했다.

신간이다.

저자의 의도는 분명하다.

똑똑한 말로 내 마음도 친구의 마음도 지키는 것이다.

지혜롭게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둘째,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불편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똑똑한 표현을 배우고 연습한다.

당연히 집에서 존중과 배려의 표현을 많이 듣고 학부모님께 공감을 많이 받으면 아이도 좋은 말 습관이 잘 생기겠지만. (아이의 기질에 따라 잘 학습되지 않거나 제멋대로 구는 것은 차치하고…)

아이들에게 똑똑한 말을 소개하기 위해 똑똑한 고양이 덕냥이가 등장한다.

이 그림은 유영근 작가가 그렸는데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9살 아이의 아버지로 활동 중’이라는 소개와 친했다.

한편 글은 김윤하 작가가 초등학교 4학년 아이 송태양과 함께 썼다.

우리 아이는 “얘는 이제 자기 책이 있어서 좋아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용은 간단한 에피소드와 함께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어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떤 갈등 상황 속에 놓인 인물은 두 가지 반응을 생각한다.

주로 발끈해서 싸울까?’와’ 참다 스트레스 받나?’로 대변되는 선택지인데 작가는 좀 더 정확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라고 권한다.

이 권유는 어느 방향이든 고려해서 좋았다.

내 감정과 생각을 정확히 말하고 요구하는 것과 상대방의 감정과 입장을 고려해 대처하는 것이 모두 포함됐다.

심지어 혼자 고민할 만한 내용은 두 가지 방향으로 답해주기도 했다.

‘아직 준비가 안됐으면 안 해도 된다’와 ‘해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다’가 동시에 소개되는 것은 어떤 아이들에게는 더욱 고민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단 하나의 정답만 제시하지 않아서 좋았다.

관련해서 정말 친구란 어떠해야 할지 생각해볼 만한 개념도 이야기했다.

‘친구끼리는 언제든지 서로의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p.31)’, ‘친구끼리는 서로 편하게 부탁하고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p.33)’ 그러다 어른인 나에게도 새삼스러운 배움이 일어났다.

친구들끼리 원망하기보다는 억울한 마음을 서로 알아주자 말에도 순서가 있다.

‘서로 책임이 있을 때는 사과하는 말이 먼저다’고 다 아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간과되는 경우가 많은 일이다.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의심받을 때 당황하거나 화를 내기보다는 차분한 태도로 차분히 얘기해’ 같은 것은 어른도 잘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은 서로의 선을 지키는 것이었다.

양육에 도움이 되는 원칙이나 태도도 많아 7번 주제 같은 것은 (간섭하고 무시하는 말) 우리 두 번째로 굉장히 필요한 파트라고 생각했다.

예로 들어주는 말은 간결하고 디테일하지만 약간 ‘이렇게 얘기한다고 바로 그만두는 아이라면 아예 안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막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정말 잘 몰라서 그런 경우도 많기 때문에 당장 그만둘 수 없다고 해도 일단 입장은 알려야 하기 때문에 참고하기에는 괜찮았다.

특히 8번 주제 ‘동의를 구하지 않는 말’은 돈을 쓰거나 물건을 빌리는 등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큰 아이들에게 실제로 와닿는다고 생각했다.

상처받는 말을 하는 친구에게 지혜롭게 말하는 법 저자 김윤하 출판북라이프 출시 2023.02.26

표지에는 화내지 않고 참지 않고 울지 않는 마법의 표현 59라고 적혀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울지 말고 얘기하자’ 같은 책을 자주 읽어줬는데 아직도 이렇게 가르치고 배워야 하다니. 인간 한 사람을 만드는 데 너무 많은 수고가 드는 것 같은데, 나도 아직 배울 게 많아서 그런가 싶었다.

이제는 아이들이 커서 함께 배워간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어쨌든 학기 초인 지금 읽어도 되고 갈등이 있을 때 참고용으로 봐도 좋은 책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참고로 인물들이 대체로 눈이 뜨거나 둥그렇게 표현된 가운데 어떤 아이가 반짝반짝 분위기를 내고 있어 우연의 일치인지 저자의 아이 이름으로 불렸다.

작가와 그림작가가 다른 사람이긴 하지만 우리 아이가 왠지 얘가 더 잘생기게 그려진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